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 지하 1층의 A 휴게텔.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금천경찰서 소속 경찰 6명이 들이닥쳤다. 경찰은 휴게텔 냉장고 안, 소화기 밑, 여종업원 주머니에서 사용 전·후의 콘돔 300개를 발견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인터넷에 여성 종업원의 노출 사진과 신체 사이즈를 올려 손님을 모은 뒤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강남에 있는 A 휴게텔 업주 이모(25)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금천구를 관할하는 금천경찰서가 10여㎞ 떨어진 강남구까지 출동한 이유는 뭘까. 앞서 관할 수서경찰서가 해당 업소에 대해 2번이나 성매매 단속을 했지만, 증거를 찾아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해당 업소를 '교차단속' 대상 업소로 지정했고, 단속에 나선 금천경찰서는 휴게텔에서 성매매의 증거들을 찾아냈다.

지난 6일에는 서울 구로경찰서가 강서경찰서 관할인 강서구 화곡동의 B 안마 시술소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최모(43)씨 등 6명을 검거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경찰서와 영등포 경찰서는 서대문경찰서 관할인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C 키스방에서 유사 성행위를 알선한 지모(34)씨 등 6명을 검거했다. 모두 교차단속으로 인한 검거 실적이다.

지난해부터 성매매 범죄를 주 대상으로 해서 서울경찰청에서 시작된 교차단속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교차단속을 통해 적발한 성매매 업소가 지난해 312건에서 올해는 지난 22일까지 514건이나 됐다.

교차단속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서울경찰청은 6주마다 한 번씩 교차단속 대상이 되는 7개 경찰서를 선정한다. 주로 성매매업소가 많은 강남권의 경찰서가 단골이다. 11월 현재 교차단속 대상 경찰서는 강남·수서·송파·서초·영등포·동대문·구로경찰서로 강남권 4개 경찰서가 포함됐다. 대상 경찰서 선정이 끝나면 컴퓨터 무작위 추첨을 통해 7개의 경찰서마다 4~5개씩 다른 경찰서가 배정된다. 수서경찰서의 경우 용산·금천·성동·성북경찰서가 배정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제보를 받고 출동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하거나 현장을 놓쳐 2번 이상 허탕을 친 경우, 그 업소는 '미단속 업소'로 등록된다"면서 "미단속 업소에 대한 정보는 교차단속을 하는 다른 경찰서로 전달돼 불시 단속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은 도입 2년째인 교차단속으로 성매매업소와 지역 경찰의 유착관계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속 첫해인 2011년 징계 경찰관 수는 전년도의 30% 수준인 25명으로 줄었으며, 올 상반기 9명의 경찰이 성매매업소와의 유착으로 징계를 받았다. 경찰청은 교차단속이 성매매업소 단속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올 4월부터 전국 경찰서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동국대 곽대경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교차단속은 소위 '크로스체킹(cross-checking)'을 통해 성매매 업주와 관할 경찰서 경찰과의 유착관계를 끊고 단속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업주뿐 아니라 관할 경찰서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교차단속

성매매업소를 관할 경찰서가 아닌 다른 지역 경찰서가 단속하게 하는 제도. 성매매업소로부터 돈을 상납받고 단속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부패·유착 경찰을 근절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경찰청은 이 제도를 지난 4월부터 전국적으로 도입했다.